완연한 춘색이었다. 파도가 철썩이는 남쪽 갯가의 산은 온통 진달래로 물들었다. 326.7m는 낮은 높이가 아니었다. 산행이 힘들어서가 아니라, 1,000m급 명산 못잖은 주변 풍광이 산꾼의 마음을 매료시켰기 때문이다. 바다 풍경에 야생화까지 흐드러져 흐뭇한 봄맞이를 즐겼다. 제철인 통영 도다리 회에 도다리 쑥국까지 먹으니 눈과 귀, 입까지 즐거운 산행이었다. 통영 봉화산은 동쪽에 매봉산(308.6m), 장막산(탄막산, 259.9m), 큰산(250.8m)을 거느리고 있다. 이 산들은 하나의 능선으로 이어지며 도산면의 중심 산줄기를 이
소한이 지났는데도 날씨가 포근하더니 갑자기 기온이 뚝 떨어진다. 전국이 꽁꽁 얼어붙으며 눈발까지 날리다가 햇빛이 쨍쨍하다. 겨울 날씨가 오락가락이다. 시국이 하 수상하니 날씨마저 제대로 갈피를 잡지 못하는가보다. 하얀 눈으로 뒤덮인 백두대간에 봉황새가 앉았다. 대나무의 죽실을 먹고 오동나무에서 잠을 잔다는 전설의 새다. 새 중에 으뜸이며 고귀하고 상서로움으로 여겨져 세상에 한 번 나타나면 천하가 태평해진다고 한다. 백두대간으로 날아오르는 봉황의 등에 올라타고 정유년 한 해의 무사태평을 기원한다.전국에 봉황산은 많다. 그러나 상주 봉
산 마루에 오르니 산을 헤집고 흐르는 강물이 굽이친다. 강가에 펼쳐진 농토는 비닐하우스에 갇히고 시골 같지 않은 농촌마을이 쓸쓸하고 조용하다.인간은 애초 산줄기, 물줄기를 삶의 터전으로 삼았다. 마을을 이루고 피붙이와 함께 농토도 얻었다. 비록 여유 있고 풍요로운 생활이 아닐지라도, 사람들은 이 공간을 베풀어 준 자연에 감사해야 하겠다.방어산 자락을 내려다보며 느낀 풍광은 이뿐만이 아니다. 백두대간 남덕유산에서 시작된 남강이 유장하다. 강물에 휩쓸린 토사가 가져다 준 퇴적층의 살찐 농토며 마을이 빚어내는 풍경이 아름답다. 산은 고도
예로부터 경북 울진에서 내륙으로 통하는 길은 모두 험한 고개를 넘어야 했다. 이 고갯길은 5일장과 연관이 많다. 구슬령(珠嶺)은 평해장, 고초령(高草嶺)은 매화장, 십이령(十二嶺)은 흥부장·죽변장·울진장에서 내륙으로 통하는 길이었다. 보부상이나 행상들은 말할 것도 없고 민초들도 넘나들던 애환의 길이었다. 이는 동서를 가로막고 있는 험난한 산지에서 비롯된 지리적 환경 때문이리라.대령산(大嶺山)은 금장지맥에서 분기해 소령산(小嶺山·590m), 남수산(嵐峀山·437.7m)을 잇는 산줄기의 주산이다. 이 산등성이는 양쪽 겨드랑이에 왕피천과
백두대간의 단풍은 볼품이 없었다. 늦게까지 더웠던 날씨에 태풍과 폭우까지, 고운 빛깔의 단풍을 기대하기에는 악조건의 연속이었다. 그나마 산비탈의 발그레한 파스텔톤 빛깔이 계절의 끝자락을 붙들고 마지막 열정을 애잔하게 태우고 있었다. 산행은 사실 가재봉이 주목적이었다. 그러나 산행거리가 짧고 코스가 단조로워 백두대간의 솔봉으로 이어, 단풍이 좋다는 모시골로 연결했다. 이른 아침 백석마을 버스정류장에서 산행을 시작했다. 초행길, 산행들머리를 정하기가 쉽지 않다. 마을 입구의 서낭당 못미처 갈림길에서 왼쪽 텃골길로 오른다. 멀리 산중의
비슬산 서쪽에 자리한 와우산(臥牛山)은 등산인들에게 덜 알려진 산이다. 이는 명산으로 소문난 비슬산(1083.6m)의 유명세에 짓눌린 탓이 아닌가 싶다. 사실 와우산은 비슬산에서 서쪽으로 길게 뻗은 주능선의 중간쯤에서 남쪽으로 약간 비켜 있을 뿐이다. 국토지리정보원 지형도에는 ‘와우산성’으로만 표기돼 있다. 산의 이름보다는 삼국시대에 쌓은 것으로 추정되는 산성(山城)이 더 알려졌기 때문이리라. 와우산의 성(城)은 산 아래 마을에 따라 이름을 달리해 부른다. ‘와우산성(臥牛山城)’은 본래 산의 모습이 소가 누운 형상이라 해서 유래한다
울진 불영계곡은 소문난 명승지다. 여름이면 각종 매스컴에서 빠지지 않고 추천하는 피서지가 불영계곡이다. 1984년 봉화 현동과 울진을 잇는 36번국도가 개설되면서 오지 계곡의 신비는 사라졌다. 지금도 36번국도는 새로운 공사로 변신 중이다. 울진군 서면(西面)은 지난해 금강송면(金剛松面)으로 개칭했다. 별 의미 없는 방위 명칭의 행정 지명을 자생하는 금강소나무 이름으로 바꾼 것이다.이런 변화와는 달리 아직 오지 비경을 간직한 숨은 계곡이 있다. 불영계곡 상류의 세덕산(細德山·740.8m) 옥산계곡이다. 세덕산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우리나라 3대 계곡으로 설악산 천불동계곡, 한라산 탐라계곡과 더불어 지리산 칠선계곡을 꼽는다. 이는 계곡이 길고 깊을 뿐만 아니라 그만큼 거칠고 험준하다는 얘기다. 칠선계곡은 천왕봉을 가운데 두고 중봉과 제석봉 사이에서 북쪽으로 뻗어 내린 긴 골짜기다. 지리산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올라 보고픈 동경의 대상이다. 그러나 1999년부터 국립공원특별보호구(자연휴식년제)로 지정돼 평소에는 출입이 엄격히 금지돼 있었다. 그러나 2008년부터 예약자에 한해 연중 4개월만 한정적으로 탐방할 수 있게 되었다. 올해는 상반기엔 5~6월,
역사는 총칼로 무장한 권력자들의 것인지도 모른다. 국가가 위기에 처할 때면 항상 고된 삶을 살아가는 민초들은 불쌍할 따름이다. 한국전쟁 때 일부 군인에 의해 700여 명의 죄 없는 민간인이 이곳 신원면 일대에서 참혹하게 학살됐다. 거창양민학살사건이다. 특히 15세 이하 남녀 어린이 359명까지 살해했으니 그 죄악은 무엇으로도 정당화할 수 없는 것이다.영국 철학자 콜링우드는 “역사는 죽은 과거가 아니라, 현재 속에 살아 있는 과거다”라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과거의 역사를 현재에도 안고 있는 산이 월여산(月餘山·862.6m)이다. 산
백두대간 주능선의 청화산은 심산계곡의 명산이다. 하늘에 천국이 있다면 지상에는 이상향이 있다. 예부터 영남 일대에 전해 오는 이상향 우복동(牛腹洞)은 상주에 있다고 했다. 지형이 마치 소의 뱃속처럼 생겨 사람이 살기에 더없이 좋다는 곳이다. 민초들이 찾았던 유토피아가 바로 이 청화산(靑華山·984.2m) 자락이라고 한다.그래서일까? 조선 후기 실학자 이중환은 우리나라 최초의 인문지리서인 에서 ‘청화산은 빼어난 기운이 나타나서 가린 곳이 없으니, 거의 복지(福地)’라고 했다. 그의 호가 청담(淸潭), 청화산인(靑華山人), 청
눈 덮인 겨울 산은 환상적이다 못해 신비롭다. 대덕산(大德山)은 백두대간 주능선에 있다. 때문에 눈이 많고 무엇보다 사방으로 펼쳐지는 조망이 좋다. 김천시내에서 남서쪽에 있으며, 전북 무주와 접하고 있다. 대덕산을 끼고 있는 전라도와 경상도 양쪽 지역의 마을에는 대덕산과 연관된 이야기가 많이 전해진다. 에는 대덕산 명칭 유래가 적혀 있다. ‘한 도인이 옛날 이 산에서 100일 기도 후 공덕을 쌓아 도가 통했다고 하여 대덕산이라 부른다’고 한다. 현지에서는 산기슭의 마을에서 큰 인물과 부자가 나와, 산으로부터 ‘
백두대간 덕유산에서 분기한 진양기맥은 산청과 거창의 경계를 그으며 또 하나의 곁가지를 만든다. 소룡산과 밀치 사이 629m봉에서 남쪽으로 뻗어 내린 정수지맥이다. 34.7km의 이 지맥은 산청 동부지역의 울타리를 이루는 산줄기로 신안면 하정리(원지) 경호강에 그 맥을 빠트리며 끝난다. 정수지맥을 대표하는 산이 정수산(淨水山)이다. 산자락의 율곡사와 새신바위(鳥神巖) 전설로도 알려져 있다.경상남도의 지명유래 산청편에 ‘이 산에 있는 정수암이라는 절에 물이 맑고 좋았다 하여 산을 정수산이라 함’이라고 했다. 정수산은 정수암에서 따온 이
청도의 자랑거리로 빠지지 않는 곳이 운문사다. 그런데 운문사 매표소 옆에는 ‘虎踞山雲門寺, 雲門僧伽大學(호거산운문사, 운문승가대학)’이라는 돌기둥 두 개가 서있다. 절집을 들어서는 범종각 앞에도 ‘虎踞山雲門寺’라는 편액이 걸려 있다. 왜 ‘운문산 운문사’가 아닌 ‘호거산 운문사’인가? 절집 주변에 운문산은 있지만 호거산이라는 지명은 없다. 그렇다면 호거산은 어디를 말하는 것일까?한자의 뜻은 ‘호랑이가 웅크리고 있는 모습의 산’을 이르는 듯하다. 이에 대해 세 가지 주장이 있다. 첫째는 북대암을 비롯한 운문사 4대 부속 암자가 자리한
산꾼들의 발길이 뜸하다가도 계절에 따라 주목 받는 산이 있다. 한여름엔 계곡을 갖춘 산이 인기 있다. 구만산(九萬山)이 그런 산이다. 영남알프스 서쪽 끝자락에 자리한 구만산은 경남·북의 경계를 이루며 가지산에서 서쪽으로 뻗어가는 운문지맥에 솟은 산이다. 구만산이 여름 한철 인기가 치솟는 까닭은 그만큼 계곡이 빼어나기 때문이다. 특히 계곡 주변에는 벼락더미, 부석(부엌)더미, 아들바위, 상여바위, 상투바위, 미역바위 등 기암을 감추고 있다.구만산은 서쪽에 통수골, 동쪽에 가인계곡(인골)이 있다. 계곡을 연결하면 그야말로 계곡으로 시작